불교

나옹선사의 글

백합사랑 2006. 6. 21. 22:45
 

발우 하나, 물병 하나,가느다란 지팡이 하나 들고

 

깊은 산에 홀로 들어가 되는대로 지내노라

 

대바구니 들고 나가 고사리를 캐어다가 뿌리채 삶나니


 

 

누더기 옷으로 지내는 일이 아직은  서툴도다


내 眞空을 깨닫고 본래 적정의 경지에 들어

 

바위 사이 돌을 베고 누워 한가로이 잠을 잔다.


누군가 문득 어떤일이 기특하냐고 물으면

 

"한 벌 헤진 옷으로 백 년을 지내노라 " 고 답할 뿐이로다


솔 나무 보이는 창에는 온 종일 세상 번잡함이 없고

 

돌로 만든 물통에 담긴 물은 늘 맑도다

 

다리 부러진 솥에는 맛난 음식 넉넉 하노니

 

애써 세사의 명리와 영화를 구할 일 없도다.

 


흰 구름 노니는 곳에 초가 삼간 있으니

 

내 한 몸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도다

 

 

 

차고 맑은 시냇물은 般若를 말하고

 

맑은 바람은 달빛에 실려와 온 몸을 맑히도다 .

 


그윽한 바위에 고요히 앉아 세상의 헛된 이름 여의고

 

돌 병풍에 의지하여 세속의 情理 다 잊는 도다

 

꽃잎은 뜰에 가득하고 찾는 이 없으니

 

때때로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로다.

 



懶翁  慧勤   (1320--1376)禪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