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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백합사랑 2006. 9. 11. 18:31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냥
 다가갈 수 없는 미련들이지만
향기로도 고마운 사람
 
아름다운 욕심을 내고 싶다면
가을이 내려앉는 통나무 집 한켠에서
잊을뻔 했던 시향
이브의 드래스처럼 흘러내리는 촛불 아래에

마주보며 아무말 없이 그냥
시간을 흘러보내고 싶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저 보아도 좋은 그런 사람
이 가을 만큼은 그대의 가을이고 싶다.
 
이름은 모르지만 고울 것 같은 모습
그리 넉넉하지 않은 나의 작은 가슴에
가끔 미지의 숨결과
신비한 발자국을 남겨놓고 가시는 님

먼 발치에서 바라보아도
흐뭇하게만 느껴지는 모습
 
언뜻 떠오르지는 않지만 혹시 나를 기억하는 분
이 가을만큼은 행복에 겨웁도록 빌어주고
싶다
 
때로는 광시곡에 묻혀 한 세상을 뒤로하고 싶은
부질없는 오만에 울어야 했던 일들,

삶이란 흔한 물음에도 몸을 떨면서
나약함에 흔들려야 했던 일들,

현악의 무딘 음에도 눈시울을 붉히면서
릴케의 사랑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날들이
여린 마음으로 다시 살아나는가 보다.

낙엽 내려
가슴속 물들여 지고
바삭거리던 마른잎으로 전하던 사연들이
추한 모습으로 덮여 가던 날
나그네의 바쁜 걸음이 예까지 왔나보다
 
이젠 모든것을 찾아야 할 때

홀로 보아 고운 석류 향
바알간 추억과 순간들이
기억들에 물들여져 내릴 때
그대의 숨결 들을 수 있을까.
 
 
시나브로
11045
 
 
 
 
출처 : '무영탑' 숨어우는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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