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온글

거스름

백합사랑 2007. 2. 6. 20:14
거스름

          거스름 남편이 아내를 따라서 시장에 갔다. 살 것을 사면서 시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중 골목 한쪽 귀퉁이에서 파를 팔고 있는 나이 많은 할머니를 발견하였다. 파를 다 팔았는지 그 할머니 앞에는 달랑 파 한 단만 놓여 있었다. 남편은 그 할머니의 마지막 남은 파 한 단을 팔아주기로 생각하곤 그리로 다가갔다. 자신이 그 한 단을 사주면 그만큼 할머니가 집으로 빨리 돌아가 편히 쉴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아내도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 이 파 한 단 얼마죠?" "800원이라우." "그거 주세요." 그리고 아내는 지갑에서 천원짜리를 꺼내 할머니에게 주었다. "할머니, 됐어요. 잔돈은 안 받을게요." 그러나 할머니는 주머니를 뒤지면서 극구 잔돈을 받아 가야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낮에는 파 한 단을 천 원씩 팔앗는데 맨 마지막에 남은 이건 이제껏 판 것 중에서 제일 나쁜 단이라 천 원을 다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이백 원을 받지 않고 극구 거슬러 준 할머니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이런 할머니에 비해 우린 얼마나 엉터리들인가! -유현민의 아침길에서 -
          ♬ 내 마음의 보석상자 / 해바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