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온글

용혜원님의 시'혼자 남았을까!'

백합사랑 2010. 9. 1. 08:15

언제나 그렇지만 용혜원님의 시는 참 좋습니다.

아침에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지기에 여기 올립니다. 

 

 

 

                                                               용  혜 원

 

혼자 남았을까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다 늙어버린 노인니 상추를 팔고 잇다

 

밭에서 뜯어온 것일까

아픔을 뜯어온 것일까

까만 비닐 봉투에서

한 줌씩 한 줌씩 꺼내 팔고 있지만

다 팔아야 몇 푼이나 될까

 

잔기침을 하는데

남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눈 까뒤집고 환장하는 세상에

눈빛조차 초첨을 잃고 있다

 

찢겨진 달력만큼이나 지나가버린 세월

깊게만 패인 주름살들이

삶의 신섬함을 더해주고 있다

노인은 다 무너진 모습으로 앉아 있다

 

상추를 사가는 사람들은

노인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상추가 무공해이기만을 원했다

 

 

출처 / 이메일(받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