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동생이 만들어준 도토리묵

백합사랑 2009. 9. 11. 07:33

 

 

 

산길에 도토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것을 보고 동생들 부지런히 줍는다.  난 그냥 우두커니 보기만했는데,   도토리를 많이 줍기엔 다람쥐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몇알 주어본들 묵을 쑬수도 없을텐데?   하고 있는데 동생들이 한주먹씩 주어와서 보여주며 묵을 쑤면 맛있다고 한다.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나로서 군침이 도는 말이었다.

한 젓갈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몇알이라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직껏 가만히 있던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다람쥐 먹거리는 잠시 잊고 , 나도 산길을 따라 여러사람이 뒤지고 간 풀잎사이를 나도 뒤지니까 한알 두알 눈에 보이고 여기저기서 툭 툭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던 참에 저쪽에 쓰레기차 부근에 땡그렁 땡그렁 하는 소리까지 누가 돌을 던지나 하고 가보니

그곳엔 쓰레기 모아둔 곳이라 사람들이 가지도 않았고 부근엔  버려진 그릇들에  도토리가 담겨있고

땅에도 줍기가 바쁠정도로 널려있다.

와 ~ 대박이다.

역시 난 행운아야  하는 생각을 하며 늦게 시작했지만 동생들 만큼은 가져갈 수 있겠다 하고 열심히 줍고 있는데 동생이 언니 어디 있느냐고 전화를 했다

어. 이리올라와 쓰레기통 있는데로 .......

동생은 와서 보고 놀라와 한다.

둘이는 열심히 한알 한알 줍고 있는데 작은 동생한테서 또 전화가 왔다

예정보다 빨리 가기로 했으니 빨리 내려오라고 ~

작은 동생이 두 언니를 데리고 간 여행이라  그동생에게 혹시라도 루가 될까봐 줍던 일을 멈추고 돌아서며 잔뜩 남아 있는 도토리를 두 언니들 아쉬워 하며 내려갔는데 우리만 그렇게 모범생처럼 내려왔고 아직 산행 갔던 분들  다 내려오지도 않아서 이곳저곳에 2 3명씩 옹기종기 모여 앉아들 있었다.

우린 집에 와서도 도토리 못줏어온걸 아쉽다고 이야기 하면서 한편으론 안줍길 잘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도토리가 많지도 않으니까 방아간에 가기도 어중간하고 집에서 믹서로 갈기로 했는데 가는데 시간이 3,4시간은 걸린 것 같다.

큰동생의 은근과 끈기로 만들어낸 도토리묵

믹서는 조금 갈고 쉬어주고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믹서가 열받아서 고장이 난다고

그나마 고장나면 도토리묵도 못먹으니까 ㅎㅎㅎ

도토리를 간 다음에 녹말이 갈아 앉으면 윗물은 버리고 새물을 부어 도토리를 쑨다고 한다.

가라 앉혔던 물로 묵을 쑤면 너무 떫어서 못 먹는다고

그런데 내가 고집을 부려가며 그냥 쑤어달라고 졸랐다.

난 그 떫은 맛이 좋닥고 아니 입에서 좋은 것 보다 그 맛이 약이 되는 거라고 생각되서

우리몸엔 떫은 것도 필요하다는데 요즘  사먹는 도토리묵에선 그맛을 보기 어렵다.

100% 진짜라는 묵도 떫은 맛을 맛보긴 어렵다. 물론 소비자들이 싫어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큰동생이 일단 언니가 좋다는대로 쑤어서 언니는 그냥 먹고 자기들은 묵을 물에 담궈서 떫은 맛을 빼서 먹자고 그냥 쑤었다.   에고 ~ 신나라 !

우리 동생들은 정말 천사같다.   난 동생들에게 잘해준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그동생들 나만보면 어떻게든 내가 좋아하는것 해주려 애를 쓴다.

고마워! 동생들아 ~

묵 맛있게 잘 먹었어

 

 

동생이 묵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메모해 둔것이다.

 

1 도토리를 믹서에 간다.

2 굵은 소쿠리 에 걸른다 -- 양파 주머니에 걸른다.---고운 체에 거른다.

3 껍데기까지 갈았을땐 건데기는 버린다.  껍데기 벗기고 한것은 부쳐서 먹어도 맛있다.

4 큰 그릇에 녹말을 가라 앉힌다.

5 가라앉은 녹말을 풀 쑤듯이 끓인다.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든 도토리묵 - 동생의 공들인 것을 보면 먹기도 아까운 묵이다.

 

 

동생 둘이 정성들여 만든 도토리묵

동생집 화단에 있는 달래를 한주먹 뽑아주며 언니 가져가란다. 도토리묵에 양념장으로 했더니 참으로 맛난 도토리묵무침이 되었다.

묵을 맛나게 먹으면서도 다람쥐 양식을 훔친것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은 떨쳐지지 않는다. 미안해 다람쥐야!

나도 사람인지라 내욕심을 차리다보니 네 것을 탐냈다.

내 동생들은 나보다 여러모로 아는 것이 많다 특히 집안살림이며 전통음식 만드는 법 등은 나보다 훨씬 잘 한다. 하긴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ㅎㅎ

묵이며 두부며 식헤며 다음엔 두부하는 것도 배워와야지~

 

 

 동생네 밭에 열린 호박과 고추

 

 

 

 망고 -외국인이 선물 가져온것을 언니들 한개씩 가져가라고 준 망고

 

 

 

 

 화초밭에 나온 달래 봄에 먹는 달래보다 더 맛나네요

 

 

 

 쨋잎 장아찌와 깻잎찜

 

 

 

 몸에 좋은 검정콩